디지털 유산

AI가 만든 콘텐츠도 디지털 유산이 될 수 있을까?

dualbrain-news 2025. 7. 27. 12:22

수천 년 동안 인류는 창작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능력으로 여겨왔다. 시와 소설, 음악과 미술은 오직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창의성은 감정과 의식에서 비롯되며, 그것은 인간만이 지닌 특권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한다. 심지어 블로그 글, 논문, 마케팅 카피, 심지어 감성적인 문장까지도 스스로 만들어낸다. 일부 AI는 특정 작가의 스타일을 학습해 유사한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영상 편집이나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 더 이상 창작은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시대다.

 

AI가 만든 콘텐츠의 디지털 유산 가능성

 

이제 질문은 바뀌었다.
“AI가 만든 작품은 누가 소유하는가?”
“그 콘텐츠는 죽은 창작자의 유산이 될 수 있는가?”

이 글에서는 AI 창작물의 법적 위치, 저작권 논란, 인간의 개입 정도, 그리고 AI가 만들어낸 콘텐츠가 실제로 ‘디지털 유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철학적, 법률적, 현실적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AI가 만든 콘텐츠가 남겨질 수 있다면, 우리는 ‘죽은 뒤에도 계속 창작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AI가 만든 콘텐츠의 정의와 범위

1. 생성형 AI의 콘텐츠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AI는 다음과 같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유형 예시
텍스트 기사, 시, 소설, 블로그 글, 이메일, 각본 등
이미지 일러스트, 만화, 디지털 회화
음악 AI 작곡, 편곡, 음성 합성 노래
영상 자동 편집, 디지털 클론 연기
코드 프로그램 코드, 알고리즘 구현
 

이런 결과물은 점점 인간이 만든 것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지고 있다.

 

2. ‘AI 창작물’이란 무엇인가?

AI 창작물은 보통 다음 조건을 충족할 때 성립한다.

  • AI의 독립적 알고리즘으로 생성된 결과물
  • 인간이 직접 문장이나 이미지 자체를 작성하지 않음
  • 인간은 명령(프롬프트)만 입력하거나 수정 없이 게시

이 경우, ‘창작자’의 정의가 흔들리게 된다.

 

AI 창작물,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1. 한국의 경우

한국 저작권법 제4조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본다. 즉, 비인간(예: AI)의 단독 창작물은 법적 저작물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다음의 경우에는 예외적 보호가 가능하다.

  • 인간이 AI 결과물을 적극적으로 편집, 수정한 경우
  • 생성 과정에서 창작자의 개성이 반영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 결과물이 창작자의 사상·감정의 표현으로 볼 여지가 있을 때

예시: AI 그림에 채색, 보정, 배경을 추가한 창작자 → 저작권 인정 가능

 

2. 미국·유럽의 경우

  • 미국: 2023년 미국 저작권청은 AI만이 만든 그림의 저작권을 부정
  • 영국: 일정 조건 하에 컴퓨터 생성물에 대해 “제작자를 기계 사용자로 간주”
  • EU: AI와 인간이 협력한 결과물은 일정 부분 보호 가능

공통 핵심은 "얼마나 인간이 창작에 개입했는가?"이다.

 

AI 콘텐츠는 디지털 유산으로 상속될 수 있을까?

1. 상속 요건과 AI 콘텐츠의 충돌

상속은 일반적으로 법적으로 보호받는 권리(재산권)를 물려주는 행위다.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다음의 경우에만 상속 가능성이 있다.

  • 저작권이 창작자(인간)에게 귀속될 수 있는 경우
  • 콘텐츠가 수익 창출 수단(블로그, 유튜브, NFT 등)이 되었을 경우
  • 고인이 콘텐츠의 저작권자 또는 사용권자로 명시되어 있을 경우

하지만 AI만이 만든 콘텐츠는 “소유권자 부재”로 인해 상속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 사후에도 가치가 유지되는 AI 콘텐츠

  • 고인이 GPT 기반 소설 500편을 제작해 e북으로 판매 중이었다면?
  • AI로 만든 그림이 NFT로 거래되고 있다면?
  • AI 음악이 유튜브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면?

이 경우엔 디지털 유산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고, 플랫폼 계정, 수익, 관련 권리는 상속될 수 있다.

 

현실적인 문제와 법적 공백

1. 상속인 입장에서 생기는 문제들

  • AI가 만든 작품인지, 인간이 만든 것인지 구분이 어려움
  • 수익이 발생했더라도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보호받을 수 없음
  • NFT, 블로그, 메타버스 등 디지털 플랫폼의 약관이 상속을 막기도 함

2. 제도 개선 필요성

  • AI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가이드라인 필요
  • AI 기반 콘텐츠가 디지털 유산으로 상속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 마련
  • 플랫폼 단위에서 생전 상속 설정 기능 도입 필요

 

AI 콘텐츠는 디지털 유산이 될 수 있다. 단, 인간이 함께했을 때만...

AI가 만든 콘텐츠는 그 자체로는 법적 유산이 되기 어렵다. 하지만 인간이 기획하고, 의도를 담고, 의미를 부여한 경우 그 콘텐츠는 유산이 될 수 있으며, 상속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억은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해석되는 것이다. AI가 만든 결과물도 누군가에게는 고인의 철학, 개성, 감정이 담긴 ‘디지털 생명’일 수 있다. AI는 도구이고, 그 도구를 통해 무엇을 남길지는 여전히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AI 창작물이 진정한 유산이 되려면, 기술 너머에 존재하는 사람의 ‘의지’와 ‘맥락’이 함께 남아야 한다. 미래의 디지털 유산은 단순히 데이터를 넘어서, 한 사람의 삶 전체를 설명하는 디지털 정체성으로 진화할 것이다. 창작의 방식이 변해도, 그 가치를 결정하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서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로 디지털 유산의 개념은 변화하고 있다. AI를 통해 우리는 단지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흔적과 철학을 미래 세대에게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의 삶을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은 점점 더 진보하겠지만, 그것이 진정한 디지털 유산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사람의 ‘의도된 흔적’이다. 그것이 바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준비해야 할 미래 디지털 유산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