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세상을 떠났지만, 그 사람의 SNS 계정에서는 여전히 글이 올라오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에 답글이 달린다.
이 상황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다.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이후에도 예약 게시 기능, 봇 자동 포스팅, 외부 연동 자동화에 의해
자신의 계정이 계속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SNS 자동화 도구나 AI 기반 콘텐츠 봇이 고인이 생전에 설정해 준 대로 사망 이후에도 게시글을 업로드하면서 지인들은 큰 혼란에 빠지고, 감정적으로 상처를 입게 된다.
이 글에서는 사망 이후에도 계속 작동하는 SNS 자동화 시스템의 위험성과 디지털 정체성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 플랫폼의 책임, 그리고 제도적 과제까지 종합적으로 조명한다.
디지털 유산의 모순: SNS 자동화 시스템의 구조와 한계
SNS 자동화 도구는 사용자가 사전에 콘텐츠를 작성하고 업로드 일정을 설정하면, 사용자가 직접 접속하지 않아도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자동으로 게시물이 업로드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은 디지털 마케팅, 인플루언서 운영, 브랜드 채널 관리 등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된다.
일상적으로는 시간 절약과 게시물 품질 유지에 큰 도움이 되지만 문제는 사용자가 사망했을 경우다. 자동화 시스템은 인간의 생존 여부를 감지하거나, 계정 사용자의 사망을 인식하지 못한다. 해당 계정이 비활성화되지 않는 한 그 사람은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계속 말하고 반응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다.
플랫폼 | 대표 자동화 기능 | 사망 이후 문제 예시 |
Buffer | 예약 게시, 멀티 채널 연동 | 고인 사망 후에도 블로그 글과 링크가 자동 발행되어 계정 활동이 지속됨 |
Later | 인스타그램 예약 포스팅 | 고인을 추모하던 중 새 게시물이 올라와 팔로워들이 정서적 충격을 받음 |
Hootsuite | 멀티 플랫폼 자동 발행 | 브랜드 협업 콘텐츠가 자동 발행되어 고인 명의의 기업 계정과 혼동 발생, 이미지 훼손 |
이러한 문제는 불편함을 넘어서서 고인과 유족 모두에게 심리적, 사회적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사망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올라오는 자동 게시물은 추모 분위기를 망치고, 고인을 오해받게 만드는 역효과를 유발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사례에서는 사망자의 SNS 계정이 특정 광고 캠페인이나 공동 프로모션에 연동되어 있었던 경우, 자동화 게시물로 인해 협업 파트너사에 피해가 가거나, 브랜드 이미지가 왜곡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이 문제는 기술적으로 쉽게 감지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자동화 시스템은 단순히 날짜와 콘텐츠만 인식하며, 사용자의 건강 상태, 사망 사실 등에 접근할 수 있는 기능이 전혀 없다.
이처럼 사용자의 생애주기를 고려하지 않은 자동화 시스템 설계는 SNS 상에서 "죽은 자가 살아 있는 것처럼 말하는" 모순적 현상을 만들어내며, 디지털 정체성과 인간 존엄에 대한 사회적 고민을 증폭시키고 있다. 기술은 자동화를 목표로 발전해왔지만, 지금은 그 자동화가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남겨진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디지털 망자'
고인의 SNS 계정에서 갑자기 게시물이 올라오면 지인들은 단순히 놀라는 것을 넘어 혼란과 감정적 동요를 겪는다. 고인이 생전에 남긴 콘텐츠라고 이해하려 해도, 실제로는 누가, 왜, 어떤 방식으로 업로드한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어? 이 사람 죽은 거 아니었어?"
- "아직도 누군가 로그인을 하고 있는 건가?"
- "누군가 계정을 해킹했나? 아니면, 자동화된 봇이 작동 중인 건가?"
이처럼 고인의 계정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기능할 경우, 남겨진 이들은 죽음을 애도하고 정리하고 있는 마음이 다시금 흔들리게 되는 이중 상실을 경험한다.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반가움과 공포, 충격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사망 후 49재, 장례식, 추모 기간 중 SNS에서 예약 게시 기능이나 자동화 봇이 작동해 유쾌한 게시물, 농담, 광고성 콘텐츠를 업로드할 경우에 이는 단순한 실수를 넘어 고인의 명예와 이미지에 치명적인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
예컨대 고인이 평소 진지한 성향의 인물이었는데, 사망 후 할인 쿠폰, 웃긴 밈, 협찬 홍보글 등이 자동 업로드된다면, 이를 본 팔로워나 지인은 고인이 평생 쌓아온 정체성과 의도를 왜곡된 방식으로 기억할 가능성도 생긴다. 또한 이러한 콘텐츠가 SNS 알고리즘을 타고 바이럴되거나 타인의 계정에 공유될 경우, 고인의 사망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일반 사용자들 사이에 잘못된 정보가 확산될 위험도 크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일들은 고인의 죽음 이후에도 사회적, 디지털적 존재가 통제되지 않은 채 떠도는 디지털 망자 현상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피해는 대부분 고인과 가까운 사람들, 즉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 된다.
디지털 정체성과 디지털 유산 소유권의 모호함
디지털 플랫폼에서 개인이 남긴 모든 활동은 그의 정체성과 연결된다. 그렇다면 사망 이후 그 디지털 정체성은 누구의 것이며, 누가 관리할 권한을 가지는가?
이 단순한 질문은 아직까지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고인의 SNS 계정은 생전에는 분명 본인 소유 계정이지만 사망 이후에는 그 계정과 콘텐츠가 법적으로 누구의 소유가 되는지, 누가 삭제 혹은 보관을 요청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국내외 대부분의 플랫폼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고인의 페이스북 계정이 계속 게시물을 자동 발행하고 있을 때,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 계정을 삭제하려면 누가 요청할 수 있는가?
- 고인의 콘텐츠에 달린 댓글에 대해 유족이 대응할 수 있는가?
- 예약된 콘텐츠가 문제가 될 경우, 발행을 중지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이러한 문제들은 플랫폼마다 약관 해석이 다르고,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유족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기에 현실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디지털 유산이 된다.
페이스북은 비교적 빠르게 추모 계정 기능을 도입했지만, 그 기능 역시 유족이 고인의 사망을 신고하고 관련 증빙을 제출해야만 가능하다. 더군다나 추모 계정으로 전환되어도 이미 예약되어 있는 콘텐츠나 외부 봇 연동 포스팅은 막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은 고인의 디지털 정체성이 기술적으로는 살아 있지만, 윤리적으로는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를 만든다. 그 결과, 고인의 이미지, 말투, 메시지, 표현 방식 등이 전혀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남게 되고, 디지털 공간에서 왜곡된 정체성, 지속되는 오해, 불필요한 노출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고인의 계정은 자신도 모르게 계속해서 콘텐츠를 내보내는 디지털 유령(Digital Ghost) 혹은 AI로 움직이는 온라인 망자가 되며 이에 따른 책임 소재나 보호 절차, 접근 권한 등은 사회적으로 아직 준비되지 않은 영역으로 남아 있다.
사후 자동화 콘텐츠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과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적 대응을 넘어서 사회적, 제도적 논의와 설계가 동반되어야 한다.
제한되는 대안은 다음과 같다.
- 플랫폼 내 <사후 자동화 차단 옵션> 도입
- 사망 인증 시스템과 연동된 게시 차단 기능 개발
- 생전 사용자 설정을 통한 콘텐츠 유효기간 지정 기능 추가
- 유족이 접근 가능한 콘텐츠 사전 승인 시스템 마련
이러한 기능은 디지털 유산 관리의 일환으로 봐야 하며, 기술이 사망 이후에도 인간의 존엄을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사망 이후에도 게시되는 콘텐츠, 디지털 유산인가 혼란인가?
SNS 자동화 시스템은 분명 편리한 기능이지만 사망 이후에도 작동할 경우, 감정적 충격과 정체성 훼손 및 혼란, 불필요한 소통 등 여러 문제가 파생될 수 있다.
디지털 정체성은 현실의 나와 연결된 또 하나의 삶이다. 그렇다면 죽음 이후 이 정체성도 명확한 종료 또는 보호 절차가 있어야 한다. 이제는 SNS 자동화 시스템도 인간의 생애 주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생전에 설정된 자동 콘텐츠는 사망 이후 유족과 지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고려해서, 기술적으로 차단되거나 최소한 통제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기술이 사람의 기억을 대변할 수 있다면, 그 기술은 더 이상 중립이 아니다. 디지털 유산 시대에, 남겨진 봇의 말은 더 이상 기계의 말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들리는 그 사람의 목소리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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