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 남기는 유산이란 부동산, 현금 또는 주식처럼 물리적이고 눈에 보이는 것이 주류였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이 일상이 된 요즈음, 사람들은 사망 이후에도 각종 온라인 계정이나 콘텐츠, 클라우드 저장 정보, 심지어 AI 프로필까지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흔적을 남긴다.
2025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유산을 하나의 시장으로 인식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SNS 계정을 남기는 것을 넘어서 콘텐츠 수익 구조, 인공지능 챗봇, 온라인 자산권, 디지털 메모리 관리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는 중이다.
이 글에서는 2025년 현재 디지털 유산 시장이 어떤 구조로 성장하고 있으며, 그 배경에서 어떠한 사회적 변화와 기술적 수요가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디지털 유산이 개인과 기업, 국가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되고 확장될지를 단계적으로 알아보려고 한다.
디지털 유산 시장, 왜 급성장하고 있는가?
디지털 유산 시장은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니치(Niche) 분야로 분류되던 개념이었다. 하지만 2023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람들의 디지털 이용 시간이 급증했고, 동시에 예상치 못한 죽음과 마주한 가족들이 고인의 온라인 자산을 처리하는 데서 큰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
여기에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기술의 발전이 더해지면서 이제는 디지털 유산을 단순히 남겨진 데이터 정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속과 관리의 대상으로 간주하게 된 것이다.
주요 성장 요인 | 설명 |
기술 인프라 확장 | 클라우드, AI, NFT 기반 콘텐츠, 영상 음성 자동 보존 |
사회 인식 변화 | 디지털 흔적도 상속 대상이라는 인식 확대 |
법제화 흐름 | 미국, 유럽 중심으로 디지털 상속 관련 법률 추진 |
플랫폼 대응 강화 | 구글, 메타, 애플 등 주요 기업이 사후 계정 기능 도입 |
특히 유튜브 채널, SNS 수익 계정, 온라인 강의 콘텐츠 등은 소유자의 사망 이후에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유족에게는 단순한 추억을 넘는 경제적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2025년, 디지털 유산 산업 생태계의 구성
2025년 현재, 디지털 유산 시장은 단일 서비스가 아닌 다양한 분야가 융합된 복합 생태계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 생태계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축으로 구분할 수 있다.
- 디지털 유산 산업 생태계
분야 | 주요 서비스 | 예시 |
콘텐츠 자산화 | 고인의 사진, 영상, 글을 아카이빙하거나 수익 콘텐츠로 재구성 | AI 영상 아카이브, 유튜브 채널 자동 운영 |
계정 관리 및 상속 | 사망자의 계정 비활성화, 비밀번호 해제, 소유권 이전 | 구글 비활성 계정 관리자, 애플 디지털 상속 |
감정 기반 서비스 | 유족을 위한 메모리 보관, AI 챗봇, 추모 공간 제공 | HereAfter AI, SafeBeyond, 리멤버 스페이스 |
이처럼 디지털 유산 시장은 기술과 정서가 융합되는 하이브리드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감정 기반 콘텐츠 재구성이나 AI 기반 챗봇 유산 서비스는 빠르게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스타트업 중심으로 디지털 추모 아카이브, 가족용 영상 저장 플랫폼, 유산 관리 서비스가 활발히 등장하고 있으며, 2025년 하반기에는 보험사와 연계한 디지털 유산 패키지 상품까지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유산은 개인의 자산이 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디지털 유산이 과연 재산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완벽한 법적 정의는 없지만 점차 제도적 인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유형의 디지털 자산은 실제 상속 대상이 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 유형 | 설명 | 상속 가능성 |
수익형 유튜브 채널 | 광고 수익, 멤버십, 슈퍼챗 포함 | O (소유 이전 가능) |
NFT 콘텐츠 | 고인의 창작물 또는 사진, 영상 등 | O (지갑 이전 필요) |
온라인 강의 및 자료 | 유료 콘텐츠 플랫폼에 등록된 강의 | O (계약 조건 따라 상속 가능) |
개인 SNS 계정 | 일반 콘텐츠 계정 | △ (법적 소유 불명확) |
AI 프로필, 챗봇 | 고인의 발화 패턴 학습 데이터 | X 또는 △ (법적 공백 상태) |
가장 큰 문제는 계정 자체의 소유권이 사용자에게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 계정은 구글의 플랫폼 내 자산이기 때문에, 고인이 생전에 상속 대상자를 지정하지 않았다면 계정 접근이 어렵거나 완전히 삭제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현실 때문에, 기업들은 이제 디지털 유산을 사전에 등록하고 정리해주는 서비스를 상품화하고 있다. 2025년 현재, 일본과 미국, 독일 등에서는 디지털 상속 준비 플랫폼이 주류 보험상품이나 유언장 작성 앱과 연동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디지털 유산은 어디까지 왔는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디지털 유산에 대한 법적 기준이나 상속 규정이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다음과 같은 흐름들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 2024년 하반기,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디지털 상속 관련 기본 정책 방향 수립과 연구용역 착수
- 2025년 초, 카카오, 네이버, 토스 등 대형 플랫폼이 '사후 계정 관리 도구' 또는 '디지털 유산 관리 옵션'을 베타 도입
- 국내 스타트업에서는 디지털 유언장 앱, AI 유산 큐레이션 도구 등을 상용화 중
문제는 사용자들의 인식이 아직 많이 낮은 상태이고, 실질적인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나면 그 계정은 그냥 잊히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남겨진 가족은 사진, 영상, 메시지 등 다양한 데이터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 혼란을 겪는다.
디지털 유산은 단순히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넘어서 남겨진 사람의 감정적 회복, 법적 안정, 자산 보호까지 연결된 문제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회도 이제는 디지털 상속을 생전부터 준비하는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2025년 현재, 디지털 유산 시장은 분명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다. 기술은 이미 갖추어져 있고 플랫폼도 하나둘 움직이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법과 제도, 사용자 인식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우리는 과거와는 다르게 죽음 이후에도 남는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고 처리할지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디지털 유산은 단지 남겨진 기록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억, 가치, 재산이 될 수 있다.
이제는 디지털 유산을 단순히 저장하거나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생전부터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문화와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바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스마트폰 속 데이터부터 정리해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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