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국가별 디지털 유산 법률 정책 비교: 한국, 일본, 독일, 미국

dualbrain-news 2025. 7. 24. 18:11

스마트폰, 클라우드, SNS, 이메일, 온라인 뱅킹, 그리고 유튜브와 블로그까지, 현대인은 대부분의 개인 정보를 디지털 공간에 저장하고 있다. 문제는 사람이 사망한 이후에도 이러한 디지털 자산이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가별로 법적 기준이 다르고, 일부 국가는 디지털 유산을 법으로 보호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혼란이 존재한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디지털 상속 개념이 법적으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태다.

 

디지털 유산의 국가별 법률 정책


이 글에서는 한국, 일본, 독일, 미국의 디지털 유산 법률 정책을 비교하고, 각각 어떤 방식으로 디지털 자산을 다루고 있는지 분석해 보자.

 

1. 한국: 디지털 유산에 대한 법적 기반이 부족한 현실

대한민국 민법은 아직 디지털 유산이라는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있지 않다. 기존의 민법 제1005조(상속의 개시)에 따라 사망자의 재산은 상속인이 승계한다고 되어 있지만, ‘디지털 자산’이 과연 상속 가능한 ‘재산’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현실적인 문제점:

  • 가족이 고인의 이메일이나 SNS 계정에 접근할 권리가 있는지 법적으로 불확실
  •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접근 불허
  • 계정이 영구 정지되거나 삭제되며, 고인의 유산이 사라지는 사례 다수 발생

현재 구글이나 애플 등의 글로벌 기업은 ‘디지털 유산 관리자’를 등록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 중이나, 한국은 이에 대한 법적 대응 체계가 거의 부재한 상태다.

 

2. 일본: 디지털 유산 상속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활발하지만 법적 명확성은 부족

일본 역시 디지털 유산에 대한 민법상 규정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일본은 관련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변호사협회나 정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징:

  • 디지털 자산을 상속 재산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법 해석이 존재
  • 실제로는 유족이 ID,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 계정 접근이 어려운 경우가 많음
  • 일본 총무성에서 ‘디지털 종언 준비’(デジタル終活)라는 개념을 공식 제안
  • 고령자 대상으로 디지털 유산 정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등장

긍정적인 변화:

2023년부터 일부 지자체에서는 고령자의 디지털 계정 목록을 작성하도록 유도하는 ‘생전 정리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이는 앞으로 디지털 유산에 대한 공공정책 도입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3. 독일: 디지털 유산을 명확하게 상속 재산으로 인정한 유럽 최초 국가

독일은 2018년 연방법원의 판결을 통해, 디지털 유산도 상속 재산에 포함된다는 법적 기준을 명확히 확립했다. 이 판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큰 영향을 끼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주요 판결 요지:

  • 사망자의 페이스북 계정은 부모가 상속받을 수 있는 유산이다
  • 온라인 계정은 개인이 아닌 ‘재산’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따라서 민법상 상속 대상이 된다

독일의 특징:

  • SNS, 이메일 등 모든 온라인 자산은 상속 대상에 포함
  • 법적 절차를 통해 유족이 계정 접근 가능
  • 디지털 유언장을 통해 사망 후 계정 처리 방식을 사전에 지정할 수 있음
  • EU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도 디지털 유산 보호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

이로써 독일은 디지털 유산을 법적으로 가장 체계적으로 보호하는 국가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4. 미국: 주별 법령 중심, 기술 기업과 법의 중간에서 제도화 시도

미국은 연방 차원의 통일된 디지털 유산 법은 없지만, 주(State)별로 세부 법령이 다르게 존재한다. 특히 RUFADAA(Uniform Fiduciary Access to Digital Assets Act)라는 통합 법안을 제정한 주들이 증가하고 있다.

RUFADAA란?

  • 디지털 자산에 대해 법적 수탁인이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률
  • 현재 미국 50개 주 중 47개 주 이상에서 채택
  • 유언장, 계정 내 ‘디지털 상속 설정’, 기업의 정책 세 가지 기준에 따라 처리

미국의 디지털 유산 처리 구조:

  • 사망자가 생전에 구글이나 애플의 ‘디지털 상속 관리자’를 설정했다면, 해당 지정자만 접근 가능
  • 설정이 없고, 유언장에도 명시되지 않았다면 법원의 명령이 필요
  • 일부 주에서는 SNS 콘텐츠와 같은 비물질적 자산은 상속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

미국은 기술 기업이 많기 때문에, 법과 기업 간의 책임 구분이 디지털 상속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늦었고, 독일은 앞서 있다... 미래를 대비한 법적 정비가 시급하다

국가별로 디지털 유산을 바라보는 시각과 법적 대응 수준은 매우 다르다. 독일은 판례를 통해 상속권을 확실히 보장했으며, 미국은 주별로 디지털 상속 제도를 세분화하고 있다. 일본은 사회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대응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까지도 디지털 자산을 ‘단순한 개인 정보’로만 바라보고 있어, 법적 사각지대가 너무 크다. 이제는 디지털 자산도 ‘상속 가능한 유산’이라는 개념을 국민에게 명확히 전달하고, 관련 법률과 제도를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지금, 노년층의 디지털 유산은 남겨진 가족을 위한 실질적인 유산이 될 수 있다. 국가 차원의 입법, 기업의 협조, 그리고 개인의 준비가 함께 이루어져야 디지털 유산 시대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