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세계의 부동산이 상속의 대표적 대상이라는 점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현실과 가상 세계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가상 부동산’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는 디지털 토지나 건물은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거래되며, 단순한 게임 아이템의 수준을 넘어 실제 투자자산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만큼 자산으로서의 가치는 인정받고 있지만,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메타버스 속 가상 부동산도 상속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메타버스는 아직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된 영역이 아니다. 가상 부동산은 현실처럼 등기부등본이 존재하지 않고, 대부분 암호화폐 기반의 NFT 형태로 존재한다. 이 자산들이 사망자의 계정에 저장되어 있다면, 유족이 접근하고 상속할 수 있을까? 혹은 어떤 방식으로 유언장에 명시하고 전달해야 할까?
이 글에서는 메타버스 속 디지털 자산, 특히 ‘가상 부동산’의 법적 성격과 상속 가능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또한, 현실 법률 체계와 기술 구조의 간극 속에서 상속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개인이 생전에 준비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메타버스 속 디지털 유산인 가상 부동산의 실체와 가치
가상 부동산은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 내에서 거래되는 디지털 토지나 건물의 형태를 가진 자산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는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 더 샌드박스(The Sandbox), 어스2(Earth 2) 등이 있으며, 이들 플랫폼에서는 유저들이 가상의 땅을 사고팔고, 건물을 짓거나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가상 부동산은 대부분 NFT(Non-Fungible Token)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며, 블록체인 위에 고유의 소유권 정보가 저장된다. 즉, 현실에서는 만질 수 없지만, 블록체인 상에서 공식적인 소유자 기록이 존재하는 자산인 것이다. 이 자산은 암호화폐로 구매하며, 시장에서 실제 화폐로 환산 가능한 거래가 가능하다.
특히 2021~2022년 사이 메타버스 열풍과 함께 가상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고, 일부 필지는 1억 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다. 가상 부동산을 활용한 광고, 콘텐츠 제작, 리셀 수익 등의 수익모델도 다양화되면서, 이 자산은 단순한 디지털 장난감이 아닌 투자 가능한 디지털 부동산으로 진화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재산적 가치가 분명한 가상 부동산은 실제 유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가상 부동산은 메타버스 계정과 지갑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계정과 암호화폐 지갑에 대한 접근 권한이 있어야만 상속이 가능하다. 즉, 가치 있는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법적 접근 장벽이 존재한다.
현실 법률 체계에서 디지털 유산으로써 가상 부동산은 상속 가능한가?
대한민국 민법은 상속 가능한 자산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예금, 부동산, 주식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암호화폐와 같은 가상 자산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가상 부동산 역시 재산적 가치가 입증된다면, 법적으로는 상속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법적 소유권’과 ‘기술적 접근 가능성’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디센트럴랜드에서 고인이 소유하고 있던 디지털 필지의 NFT는 블록체인상에서 고인의 지갑 주소에 귀속되어 있다. 이 지갑에 접근하려면 개인 키(Private Key)나 복구 시드(Seed Phrase)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정보가 없는 경우, NFT를 포함한 모든 디지털 자산은 접근이 불가능하며, 실질적인 상속도 이뤄질 수 없다.
또한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대체로 탈중앙화 구조이기 때문에, 운영 주체가 유족의 요청을 받아 계정 권한을 이전해 주는 시스템이 없다.
이는 기존의 은행, 증권사, 공공기관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로, 유언장이나 공증 문서가 있더라도 기술적 제한을 넘어서지 못하면 무용지물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법적으로는 상속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실질적 상속은 철저한 사전 준비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메타버스 가상 자산의 상속을 위한 생전 준비 방법
가상 부동산을 상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생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메타버스 자산은 블록체인 기반의 자산이기 때문에, 보안이 강력한 대신, 소유자가 정보를 남기지 않으면 누구도 접근할 수 없다. 다음은 상속을 위해 반드시 준비해야 할 핵심 항목들이다.
1. 자산 목록 작성
- 보유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이름과 계정 정보를 정리한다.
- 소유한 가상 부동산의 위치, 토지 ID, NFT 토큰 주소 등을 기록한다.
- 각 자산의 대략적인 시가 또는 거래 당시 가격을 함께 명시하면 상속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2. 접근 정보 보관
- 해당 지갑의 비공개 키(Private Key), 복구 시드 문구, 지갑 주소, 2차 인증 정보를 오프라인으로 정리해 안전하게 보관한다.
- 일반적으로는 암호화된 USB 또는 종이 문서 형태로 작성하여, 공증 문서나 유언장과 함께 보관하는 방식이 추천된다.
3. 유언장에 명시
- 디지털 자산 항목으로 메타버스 부동산을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 해당 자산을 상속받을 사람을 지정하고, 접근 정보가 별도 문서에 보관되어 있음을 서술한다.
- 유언장은 법적 효력이 있어야 하므로 공증 또는 공정증서 형태로 남기는 것이 좋다.
4. 상속인 교육 및 안내
- 상속인이 블록체인이나 NFT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한 사용법이나 거래 방법을 함께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 예: 메타마스크 지갑 설치 방법, NFT 확인 방법, 디센트럴랜드 접속 절차 등
이러한 준비 없이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가상 자산이 상속되지 못하고 영원히 잊혀질 수 있다.
국제적 동향과 향후 제도 정비의 방향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상 부동산과 같은 디지털 자산의 상속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일부 주는 이미 디지털 자산 상속 법률을 정비하고 있으며, ‘디지털 유산 법(Digital Assets Act)’을 통해 NFT, 가상 부동산, 암호화폐까지 상속 대상 자산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일본은 2018년부터 암호화폐를 재산으로 인정하여 상속세 부과 및 상속 절차를 마련했고, 메타버스 자산에 대한 법적 해석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EU는 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 규제를 통해 디지털 자산 전반에 대한 법적 프레임을 구성 중이다. 이 과정에서 NFT 및 메타버스 자산의 상속 문제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 가상 부동산에 대한 법적 정의나 상속 절차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2024년을 기점으로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활반한 논의가 점차 시행되면서, 디지털 자산의 법적 성격도 빠르게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메타버스 자산 역시 점차 상속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법제화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제도보다 기술이 앞서 있었지만, 앞으로는 제도가 기술을 따라잡아야 할 시점이다. 개인은 법 제도가 완비되기 전까지는 사적 대비책을 철저히 마련해 두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메타버스 속 디지털 유산, 눈에 보이지 않아도 유산입니다
메타버스는 더 이상 게임 속 판타지가 아니다. 그 안의 자산은 현실 화폐로 거래되며, 투자 가치와 수익을 동시에 가지는 실질적 자산이다. 특히 가상 부동산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상속이라는 관점에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디지털 자산의 본질은 소유자의 인증 정보가 없으면 누구도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속을 원한다면 반드시 생전 준비가 필요하다.
계정 정보, 복구 키, 지갑 주소, 유언장 작성까지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사망 이후 그 자산은 누구에게도 돌아가지 못한 채 블록체인 속에 영원히 잠기게 된다.
메타버스 시대의 자산은 현실보다 더 철저한 관리와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상속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확실한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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