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요즘 사람들에게 더 이상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다. 롤(LoL), 스팀(Steam), 오버워치, 배틀넷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는 유저가 들인 시간, 노력, 그리고 실제 금전적 가치가 집약된 ‘디지털 자산’이 존재한다. 문제는 사용자가 사망했을 경우에 이 계정과 자산을 디지털 유산으로써 상속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실제로 수백만 원 상당의 스킨, 아이템, 유료 구매 내역이 있는 계정을 남긴 채 사망한 사용자들이 있지만, 남은 가족은 그 자산에 접근조차 하지 못한다.
게임 계정은 재산인가? 소유권이 있는가? 그리고 상속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이 글에서는 사망한 사용자의 게임 계정이 디지털 유산으로 상속이 가능한지, 현행법과 사례, 그리고 플랫폼 정책을 중심으로 면밀히 분석하려고 한다.
게임 계정은 디지털 유산인 ‘재산’이 될 수 있을까? 법적 지위부터 따져보자
디지털 유산으로 상속 가능한 자산의 가장 핵심적인 조건은 바로 ‘법적으로 인정받는 재산 가치’다. 게임 계정이 상속 대상이 되려면, 우선 그것이 ‘법률상 재산’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 민법에서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을 상속 대상으로 본다. 그렇다면 게임 계정은 어떨까? 결제 내역, 희귀 스킨, 게임 내 포인트 등은 엄연히 금전적 가치가 있고,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거래가 되고 있는 대상이다. 실제로 일부 게임 계정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수십만 원에서 부터 많게는 수천만 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희귀 아이템이 있는 계정은 억 단위 이상을 호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게임 계정이 대부분 ‘개인 사용권 라이선스’ 형태로 계약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게임사와 ‘이용계약’을 체결한 것이지, 완전한 ‘소유권’을 갖는 것이 아니다. 즉, 사망과 동시에 해당 이용계약은 종료될 수 있다는 논리가 게임사에 의해 적용될 수 있다.
주요 게임 플랫폼의 정책 - 상속은 원천 차단?
글로벌 게임 플랫폼들은 대부분 사용자의 사망 이후 계정 상속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League of Legends (라이엇 게임즈)
- 계정은 양도 및 상속이 불가능하다는 이용 약관 명시
- 사용자가 사망했을 경우, 가족에게도 계정 접근 권한을 부여하지 않음
- 스킨, 챔피언 등 모든 아이템은 "서비스의 일부"로 간주되어 소유권 부정
Steam (Valve Corporation)
- 사용자는 계정의 ‘비독점적 사용권’만을 가짐
- 사망 시 계정은 폐쇄되거나, 유족이 요청해도 접근 불가
- 커뮤니티 상에서도 상속 문의가 빈번하나, Valve는 일관되게 "계정 이전 불가" 입장을 고수
배틀넷 (Blizzard)
- 고객센터를 통해 가족의 사망 사실을 통보할 수 있으나, 계정 접근이나 상속 권한은 부여하지 않음
이는 대부분의 게임 플랫폼이 ‘계정=사용권’이라는 구조를 통해 법적 소유권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수년간 투자한 본인의 자산이 무효화되는 상황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유산 관점에서 본 게임 계정 - 상속의 현실과 공백
디지털 유산이란 ‘사망 이후에도 남아 있는 개인의 디지털 자산’을 말한다. 이메일, 클라우드,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이제는 게임 계정 또한 여기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요소는 게임 계정을 단순한 이용 내역이 아닌 상속 가능한 디지털 유산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 현금 결제가 포함된 콘텐츠 (스킨, 배틀패스, DLC 등)
- 희귀 아이템 및 한정판 콘텐츠
- 플레이 기록 및 업적 (랭크, 티어, 레벨)
- 타인과의 관계 맺음 (길드, 클랜 등)
게임 계정은 단지 ‘데이터 뭉치’가 아니라, 사용자가 들인 그동안의 시간, 노력, 감정, 돈이 모두 축적된 자산이다. 그런데도 법률상 명확한 상속 기준이 없어, 사망 시 디지털 유산의 사각지대로 남게 된다. 그 결과, 유족은 아무리 사망증명서나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도 계정에 접근할 수 없고, 수년간 누적된 게임 데이터는 삭제되거나 방치된다.
현실 속 사례 - 게임 계정을 잃어버린 가족들
사례 1: 롤 유저의 사망과 계정 접근 거부
2022년, 고등학생 A군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A군은 약 8년간 리그 오브 레전드를 꾸준히 플레이하며 수백 개의 스킨을 구매했고, 친구들과 함께 플레이한 게임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부모는 아들의 계정을 기념으로 보존하거나 친구들에게 공유하고 싶어 라이엇에 문의했으나, 이용 약관을 근거로 계정 접근을 거부당했다.
사례 2: 스팀 게임 수백 개, 그러나 아무도 열지 못했다
대학생 B씨는 스팀에서 300개 이상의 게임을 구매했고, 라이브러리 가치만 수백만 원에 달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한 뒤, 가족은 해당 계정에 접근하지 못했다. 고객센터에 문의했지만, Valve는 "계정은 사용자 개인의 비독점적 권한일 뿐, 상속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폐쇄 조치를 안내했다.
이러한 사례는 단순히 자산 손실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기록과 감정의 단절이라는 측면에서도 가족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죽은 자의 로그인은 끝났지만, 데이터는 남는다: 계정 상속의 법적 공백
게임 계정은 단순한 로그인 정보가 아니다. 그것은 사용자 생애의 일부이고, 때로는 수년간 들인 노력과 돈, 인간관계가 집약된 디지털 자산이다. 하지만 현실의 게임사들은 이를 ‘소유물’이 아닌 ‘사용권’으로 규정하여 사망 시 상속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 문제는 법률, 기술,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단순히 계정 이전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다음 글에서는 실제로 게임 계정을 유산으로 남기기 위한 방법, 현재 시도되고 있는 대안적 접근법과 기술적 해결책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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