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죽은 뒤 내 SNS 계정은 어떻게 될까? 디지털 유산 관리의 현실

dualbrain-news 2025. 7. 22. 20:32

현대인의 삶에서 SNS 계정은 단순한 온라인 활동 수단을 넘어, 정체성과 기억, 인간관계, 나아가 자산적 가치를 지닌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페이스북에 저장된 수천 장의 가족 사진, 인스타그램에 기록된 삶의 순간들, 유튜브에 올라간 영상 콘텐츠, 심지어 네이버 블로그에 남긴 글까지 모두가 개인의 디지털 자산이다. 그런데 문득 질문이 든다. 만약 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면, 내가 남긴 이 SNS 계정들은 어떻게 될까? 삭제될까, 유지될까, 혹은 누군가가 대신 관리하게 될까?

 

디지털 유산 SNS 계정 관리의 현실

 

이 물음은 단순한 기술적 호기심이 아니다. SNS 계정에는 사적인 대화, 가족의 사진, 사업적 연락처, 심지어 광고 수익까지 포함되어 있어, 개인적인 가치뿐 아니라 금전적 가치까지 담겨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리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 사망 이후 남겨진 계정이 해킹되거나,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사망 후 SNS 계정이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서비스 별 처리 정책은 어떤지, 유족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SNS 계정은 왜 디지털 유산(자산)이 되는가?

디지털 자산이라는 개념은 단순한 돈이나 암호화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SNS 계정 역시 개인이 꾸준히 생성한 콘텐츠, 관계, 대화, 이미지, 영상 등을 포함하고 있어 일종의 자산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는 다년간 축적된 수천 장의 사진과 생일을 축하한 친구들의 메시지, 가족과의 추억이 담긴 영상 등이 존재한다. 인스타그램에는 브랜드 마케팅을 겸한 게시물과 해시태그들이 존재하며, 이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뿐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이러한 SNS 계정은 그 자체로 사람의 디지털 정체성(Digital Identity)을 대변한다. 특히 유튜브, 블로그, 틱톡처럼 콘텐츠를 기반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플랫폼의 경우, 해당 계정은 실질적인 금전적 가치도 함께 가진다. 그런데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SNS 계정을 일반적인 상속 자산처럼 관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사망 이후 계정이 방치되거나 악용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디지털 자산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는데, 사회적 인식과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플랫폼별 사망자 계정 처리 정책

SNS 플랫폼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망자의 계정을 처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플랫폼인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생전에 ‘추모 계정 관리자’를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 설정을 해두면, 사망 시 해당 계정은 ‘추모 계정’으로 전환되어, 친구들이 고인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게 된다. 반면, 아무런 설정 없이 사망한 경우에는 가족이 사망 증명서와 신분증 등을 제출해야 삭제 또는 전환이 가능하다.

인스타그램 또한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계정을 ‘추모 상태’로 만들기만 할 뿐, 관리 권한은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유족은 계정 삭제를 요청할 수 있지만, 고인의 계정을 대신 운영하거나 게시글을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트위터(현 X)는 사망자의 계정을 폐쇄할 수 있도록 돕지만, 콘텐츠 열람 권한이나 데이터 이전은 제공하지 않는다. 유튜브의 경우, 구글 계정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비활성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를 통해 생전 설정을 해두면, 지정된 사람이 계정에 접근할 수 있다.

국내 플랫폼은 보다 폐쇄적인 경향이 강하다. 네이버, 카카오, 다음 등 대부분의 국내 서비스는 사망자의 계정에 접근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며, 매우 제한된 경우에만 가족의 요청에 따라 일정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처럼 플랫폼마다 상이한 정책 때문에, 생전의 준비 없이는 유족이 원하는 방식으로 계정을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사망 후 방치된 SNS 계정이 가지는 위험

사망 이후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SNS 계정은 여러 가지 위험을 수반한다.

첫째, 보안 취약성이 증가한다. 장기간 로그인되지 않은 계정은 해커들에게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고, 유족이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고인의 계정이 스팸 메시지, 사기, 피싱에 악용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국가에서 사망자 계정을 해킹해 암호화폐를 요구하거나, 친구 목록을 활용해 사기성 메시지를 전송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둘째, 정보 오남용의 문제다. 사망자의 SNS에는 생전 나눈 대화, 사진, 민감한 정보들이 저장되어 있는데, 이 데이터가 유출되면 개인 정보 침해 문제뿐 아니라, 유족의 명예나 사생활에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셋째, 정서적 충격도 무시할 수 없다. 고인의 생일에 SNS에서 자동 알림이 울리거나, 알고리즘이 예전 사진을 리마인드해 보여주는 등 기술이 감정을 자극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죽음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디지털 유산으로서 SNS 계정을 위한 생전 준비 방법

SNS 계정은 그 특성상 생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사후에 유족이 관리하거나 삭제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개인은 자신의 주요 SNS 플랫폼에 대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플랫폼이 제공하는 사망자 계정 관리 기능을 활용하자. 예를 들어, 구글 계정의 ‘비활성 계정 관리자’에 가족이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등록해두면, 사망 또는 장기간 비활성화 시 해당 계정에 접근 권한을 줄 수 있다. 페이스북은 ‘추모 계정 관리자’를 지정해 둘 수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역시 제한적이지만 사망자 처리를 위한 기능이 존재하므로, 반드시 사전 설정을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중요한 SNS 계정 목록과 로그인 정보를 정리해두자. 2차 인증이 걸려 있다면 백업 코드나 보안키도 함께 준비해야 하며, 이 정보는 가족이나 신탁 관리자에게 안전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보관되어야 한다. 종이 문서로 정리하거나 암호화된 USB에 저장해 법적 유언장과 함께 보관하는 방법이 있다.

셋째,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하자. 디지털 유언장은 SNS 계정, 이메일, 클라우드, 유튜브, 블로그 등 디지털 자산의 관리와 상속 방식을 명시하는 문서로, 점차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법적 효력이 명확하지 않지만, 유언장 작성 시 이를 포함해두는 것은 유족에게 분명한 지침이 될 수 있다.

 

SNS도 상속의 대상(디지털 유산)이 되는 시대

과거에는 사람의 유산이 부동산이나 예금, 귀중품에 국한되었지만, 오늘날에는 SNS 계정조차 ‘상속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단순한 계정 정보가 아니라, 생전의 삶이 담긴 기록이자 관계의 흔적이며, 때로는 경제적 가치까지 동반하는 중요한 디지털 자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더 이상 SNS를 단순한 개인 취미의 공간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SNS 계정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은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 자산군이며, 생전부터 명확하게 정리해두는 것이 가족과 지인에 대한 마지막 배려가 될 수 있다. '내가 죽은 뒤 내 SNS는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은 미래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아니라, 오늘부터 실천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