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매일같이 수많은 데이터를 온라인에 저장하며 살아간다. 사진, 동영상, 이메일, 캘린더, SNS 게시물까지 이 모든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개인 자산이며, 동시에 우리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온라인에 남겨지는 디지털 유산이 된다. 특히 구글, 애플, 인스타그램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계정에 담긴 정보와 기록들이 사망 이후 어떻게 처리될지는 누구나 고민해봐야 할 현실적인 문제다.
이들 플랫폼은 사용자 사망 이후의 계정 처리를 위해 각각 고유한 디지털 유산 관리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 기능은 생전 사용자가 직접 설정해두지 않으면 유족이나 가족이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아직 많은 이들이 이러한 기능이 존재하는지도 모른 채 무방비 상태로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글에서는 구글, 애플, 인스타그램이 제공하는 사후 계정 관리 기능을 비교 정리하고, 실제로 어떻게 설정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절차와 유의사항까지 안내한다.
당신의 디지털 흔적이 사망 후에도 소중하게 보호되길 바란다면, 지금부터 하나씩 점검해보자.
구글: 비활성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
구글은 디지털 유산 관리 기능을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제공하고 있으며, 그 핵심은 ‘비활성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 기능이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사망했거나 장기간 로그인하지 않은 경우를 대비해, 사전 지정된 신뢰인에게 데이터를 넘기거나 계정을 삭제하는 자동화된 방식이다.
설정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사용자는 3개월, 6개월, 12개월 중 원하는 비활성화 기간을 선택할 수 있고, 이 기간 동안 로그인이나 활동이 없을 경우 계정이 ‘비활성’ 상태로 간주된다. 이후 구글은 사전에 등록된 연락처(최대 10명)에게 이메일을 발송하며, 사용자가 선택한 데이터(예: Gmail, Drive, Photos 등)에 대한 접근 권한이 부여된다.
이 외에도, 사용자는 계정이 비활성화된 이후 구글 계정을 자동으로 삭제하는 옵션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사망 이후 민감한 정보나 개인 데이터를 제3자가 열람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안 조치로도 유용하다.
단, 신뢰받는 연락처로 등록된 사람은 구글 계정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데이터를 공유할지 항목별로 명확히 설정해 두어야 한다.
애플: 디지털 유산 연락처(Legacy Contact)
애플은 iOS 15.2부터 ‘디지털 유산 연락처(Legacy Contact)’라는 기능을 도입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기능을 통해 자신의 사망 이후, 애플 계정(iCloud)에 저장된 데이터에 누가 접근할 수 있을지 미리 지정할 수 있다.
설정은 비교적 직관적이다. iPhone의 ‘설정 > Apple ID > 암호 및 보안 > 디지털 유산 연락처’로 이동하면, 가족이나 지인을 연락처로 등록할 수 있다. 등록된 사람에게는 고유한 ‘접근 키(Access Key)’가 생성되며, 사용자가 사망하면 이 키와 사망 증명서를 애플에 제출해 계정에 접근할 수 있다.
유산 연락처는 사망자의 iCloud에 저장된 사진, 메모, 메일, 문서 등을 열람할 수 있으며, 일부 민감한 정보(예: 결제 정보, 암호 키체인 등)에는 접근할 수 없다. 또한 유산 연락처가 계정을 삭제하거나 재설정할 권한은 없으며, 오로지 설정된 데이터 접근 범위 안에서만 권한이 부여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기능은 반드시 사망 이전에 직접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후에는 새로운 연락처를 추가하거나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디지털 유산에 관심이 있는 사용자라면 iOS 기기에서 지금 바로 이 기능을 설정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스타그램: 추모 계정과 가족 요청 기반 삭제
인스타그램은 구글이나 애플처럼 정교한 ‘디지털 유산 관리자’ 기능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사용자가 사망한 경우 계정을 ‘추모 계정(Memorialized Account)’으로 전환하거나, 삭제 요청할 수 있는 정책을 갖고 있다.
우선, 사망자의 가족이나 법적 대리인은 인스타그램에 사망 증명서 또는 사망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공식 문서를 제출하여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바꿀 수 있다. 추모 계정으로 전환되면 해당 계정은 ‘고인의 계정’임이 명시되며, 더 이상 로그인할 수 없고, 콘텐츠도 편집되거나 삭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에 올린 게시물과 댓글은 그대로 남아 고인의 흔적으로 보존된다.
만약 가족이 고인의 계정을 완전히 삭제하길 원하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서류 제출이 요구된다. 이 경우 인스타그램은 삭제 요청자의 신원과 고인과의 관계, 법적 권한을 철저히 검토한 후에 계정을 삭제해준다. 그러나 사망자가 생전에 별도로 누구에게 계정 접근 권한을 주는 기능은 없다. 즉, 인스타그램 계정은 생전 별도의 설정이 없으면 사망 이후 타인이 직접 관리하거나 수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사용자 스스로 중요한 인스타그램 데이터(예: 사진, 스토리, 메시지 등)는 생전 백업하거나, 다른 클라우드에 저장해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또한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과 동일한 메타 플랫폼 소속이므로, 향후 페이스북에 존재하는 ‘유산 연락처’ 기능이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플랫폼별 기능 비교 및 정리
세 플랫폼이 제공하는 디지털 유산 기능은 목적은 같지만 방식과 수준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아래 표는 이를 비교한 것이다.
항목 | 구글 | 애플 | 인스타그램 |
기능 명칭 | 비활성 계정 관리자 | 디지털 유산 연락처 | 추모 계정 / 계정 삭제 요청 |
설정 필요 시점 | 생전 | 생전 | 생전 설정 불가, 유족 요청 필요 |
지정 가능 대상 | 최대 10명까지 신뢰인 설정 | 가족/지인 (접근 키 발급) | 가족/법적 대리인만 처리 가능 |
접근 데이터 | Gmail, Drive, YouTube 등 | iCloud 내 대부분 콘텐츠 | 접근 불가, 콘텐츠 보기만 가능 |
접근 방식 | 로그인 없이 이메일로 안내 | 접근 키 + 사망 증명서 | 사망 증명서 제출 필요 |
계정 삭제 | 자동 삭제 설정 가능 | 삭제 권한 없음 | 유족 요청 시 삭제 가능 |
요약하면, 구글은 매우 유연하고 세밀한 데이터 접근 설정이 가능하며, 애플은 일부 제한이 있지만 접근 권한을 공식적으로 위임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접근 자체는 허용하지 않지만, 계정 상태 전환 또는 삭제를 통해 유족의 요청을 수용하는 방식이다.
생전에 설정하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
디지털 자산은 물리적인 재산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준비를 소홀히 하기 쉽다. 그러나 실상은 디지털 자산이야말로 사망 이후 가장 복잡하고 민감한 자산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구글 계정, iColud, 인스타그램에는 수년간의 기억과 개인 정보가 저장되어 있으며, 이를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사망 이후 유족이 아무것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비는 각 플랫폼의 디지털 유산 관리 기능을 직접 설정하는 것이다.
구글의 비활성 계정 관리자, 애플의 디지털 유산 연락처, 인스타그램의 추모 계정 요청 시스템은 모두 당신의 데이터를 존중받는 방식으로 남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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