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내 암호화폐는 상속 가능할까? 디지털 유산과 상속법의 현주소

dualbrain-news 2025. 7. 23. 14:42

암호화폐는 이제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하나의 ‘디지털 자산’으로서 분명한 재산 가치를 지니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수많은 가상자산이 지갑 안에 존재하며, NFT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자산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있다. 만약 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면, 내 암호화폐는 과연 누군가에게 상속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부동산이나 예금, 주식 등 물리적·금융 자산에 대해서는 상속 준비를 철저히 하지만, 정작 암호화폐와 같은 디지털 자산은 법적 준비 없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이 자산들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영되며, 비공개 키(Private Key)복구 시드(Seed Phrase)가 없다면 가족이라 해도 접근이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디지털 유산인 암호화폐의 상속 가능성

 

이 글에서는 암호화폐의 상속 가능 여부, 현행 법률 구조, 실제 사례, 그리고 사망 이전에 어떤 준비를 해야 암호화폐가 올바르게 상속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유산인 암호화폐, 이제는 철저한 계획 없이는 상속도 불가능한 자산이 되었다.

 

암호화폐는 상속 대상이 될 수 있는가?

현행 대한민국 민법상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와 의무’는 모두 상속 대상이 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암호화폐도 상속 대상이 되는 재산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망자가 5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이는 유산 목록에 포함되어 법적 상속 절차를 거쳐 가족에게 이전될 수 있다. 실제로 법원 판결에서도 암호화폐의 재산성을 인정한 사례가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는 형식적인 상속이 가능하다고 해도, 실질적인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다. 암호화폐는 은행처럼 고인의 계좌를 가족이 쉽게 열람하거나 송금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개인 지갑(Personal Wallet)이나 하드웨어 월렛에 보관되며, 그 접근은 비공개 키(Private Key) 또는 복구 시드 문구를 알고 있는 사람만이 가능하다. 이 정보가 사망과 함께 사라지면, 자산은 사실상 영구 봉인된다.

또한 거래소에 보관된 암호화폐도 접근이 쉽지 않다. 국내 거래소의 경우 사망자의 계정 접근을 위해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인감증명서 등 다양한 서류를 요구하고, 복잡한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 측은 계정 보안을 이유로 접근을 거부하거나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따라서 암호화폐의 상속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기술적·행정적 장벽이 매우 높다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에서의 암호화폐 상속법과 세금 문제

현재 한국에서는 암호화폐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별도의 법령으로 다루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2021년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가 제도권 안에서 ‘가상자산’으로 분류되었고, 이에 따라 상속 및 증여세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국세청은 암호화폐를 상속받은 경우, 상속일 현재의 시가(거래소 평균가)를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며, 일정 금액을 초과하면 상속세를 부과한다. 예를 들어, 사망일 기준 1비트코인이 1억 원이라면, 이를 포함한 총 상속재산 가액이 면세 기준을 넘을 경우, 상속인은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문제는 실제로 접근하지 못하는 자산에 대해서도 과세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고인이 남긴 암호화폐의 접근 권한을 확보하지 못한 상속인이 상속세 부담만 지게 되는 ‘유령 자산 상속’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상속을 준비할 때는 단순히 암호화폐 보유 여부만 명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접근과 회수까지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정보(지갑 주소, 복구 시드 등)를 안전하게 전달해야 한다.

또한 현재로서는 암호화폐를 명시적으로 다루는 별도의 상속 관련 법률이 없기 때문에, 상속인은 민법과 국세청 고시, 거래소 이용약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대응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유언장 또는 사전 증서 형태로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속 준비를 위한 암호화폐 관리 체크리스트

암호화폐는 전통 자산과는 매우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탈중앙화된 시스템 속에서 사용자 본인이 자산에 대한 유일한 열쇠를 쥐고 있는 구조다. 따라서 생전에 체계적인 상속 준비가 없다면, 그 자산은 영영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래는 암호화폐 상속을 위한 필수 준비 항목 체크리스트다.

1. 암호화폐 보유 목록 작성

- 보유한 코인의 종류, 수량, 보관 위치(거래소, 지갑 등)를 명시한다.

- 지갑 주소와 플랫폼별 계정 정보도 함께 정리한다.

 

2. 접근 권한 정보 관리

- 개인 지갑의 경우, 복구 시드(12~24단어), 비공개 키, 지갑 비밀번호 등의 접근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 이 정보를 종이에 적어 봉인하거나, 암호화된 USB에 저장해 유언장과 함께 보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3. 유언장에 명시

- 암호화폐도 상속 자산이라는 점을 명확히 기재하고,

- 특정 코인은 누구에게 상속할지, 수익은 어떻게 처리할지를 작성한다.

- 법적 효력을 높이기 위해 공증 또는 공정증서 형태로 남긴다.

 

4. 거래소별 상속 절차 확인

- 사망 시 거래소에 제출할 서류, 처리 기한, 자산 이전 방법 등을 미리 조사한다.

- 국내 주요 거래소(업비트, 빗썸 등)는 상속 안내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사전 대비가 가능하다.

 

이러한 준비는 단지 상속인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자산이 내 의도대로 전달되는 유일한 방법이다.

 

실제 상속 사례와 국제적 동향

암호화폐 상속 문제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8년 캐나다 암호화폐 거래소 QuadrigaCX의 창립자가 사망하면서, 약 2,000억 원에 달하는 고객 자산이 함께 봉인된 사건이 있다. 그는 유일하게 지갑의 프라이빗 키를 보관하고 있었고, 사망과 함께 자산도 완전히 접근이 불가능해졌다. 이는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유명한 ‘디지털 상속 실패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사건 이후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디지털 자산 상속 법률 정비와 제도 개선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 미국 일부 주에서는 암호화폐를 상속 대상 자산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디지털 유산 관리법(RUFADAA) 등을 통해 법적 상속인을 지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 일본은 2018년부터 암호화폐를 법적 자산으로 인정하여, 상속세 과세 기준 및 접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있다.

- 유럽연합(EU)도 디지털 자산을 포괄하는 디지털 금융 패키지(Digital Finance Package)를 기반으로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아직 암호화폐 상속에 대한 독립적인 법적 체계가 없는 상태다. 따라서 법적으로 상속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장벽이나 플랫폼의 접근 제한으로 인해 유족이 실질적인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암호화폐를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상속 대상이 되는 디지털 자산으로 인식하고, 국제적 흐름에 맞춰 개인과 국가가 준비해 나가야 할 때다.

 

암호화폐 상속은 ‘생전 준비’ 없이는 불가능하다

암호화폐는 탈중앙화되고 분산화된 구조 덕분에 보안성과 자율성이 높은 자산이지만, 그 특성은 동시에 사망 후의 상속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법적으로는 상속이 가능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소유자의 생전 준비 없이는 접근조차 불가능한 자산이라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다.

디지털 자산 시대, 특히 암호화폐 보유자는 단순히 수익만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그 자산이 사망 이후 어떻게 전달될지를 미리 계획해야 한다. 유언장, 접근 정보의 보관, 거래소 절차 파악 등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적인 자산 관리의 일환이다. 암호화폐는 사망과 동시에 사라질 수도 있고, 잘 준비한다면 사랑하는 가족에게 가장 가치 있는 유산이 될 수도 있다.